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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건설경제 15.09.08 국가 대항전으로 번지는 세계 건설시장

Author
익명
Date
2015-12-03
Views
1092

출처: http://www.cnews.co.kr/uhtml/read.jsp?idxno=201509071556402130984

 

[시론] 국가 대항전으로 번지는 세계 건설시장

 

이복남(서울대 산학협력중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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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은 항일 전승 70주년 기념식을 기회로 대국 굴기를 한껏 펼쳤다. 미국과 일본은 불편했고 한국은 적극 동참하는 상황을 연출했으며, 유엔 사무총장은 과거를 잊고 미래로 가는 행사로 규정했다.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현재 모습을 어떻게 이해하고 학생들에게 전달해야 할지가 난감하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상황이지만 그래도 위안은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긴 했구나 하는 자부심이다.

 세계 건설 시장에서도 중국 굴기(?起)는 이미 시작되었다. 과거 10년 동안 가파르게 성장했던 경제 덕분에 중국의 건설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커졌다. 해외건설 시장에서도 중국 굴기는 2006년부터 시작되었다. 전년도에 비해 신규 수주액이 120% 늘어났다. 2005년에 300억달러였던 해외 수주액이 2008년에는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작년에는 1800억달러를 넘겼다. 우리 정부가 2020년까지 세운 연간 평균 수주액 1000억달러를 중국은 8년 전에 이미 넘어섰다. 국내 업체들은 중국 기업의 부상을 부러움을 넘어 두려워하기까지 한다. 중국 기업의 해외시장 확대를 두렵게만 볼 것인가?

 세계 건설시장에서 펼쳐지는 국제경쟁은 기업과 기업 간의 경쟁보다 국가 대항전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신흥국 시장에서 개별 사업단위보다 국가 대 국가 협약으로 사업을 창조해가고 있다. 국가의 경제성장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는 국토인프라 구축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문제는 국토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은 있지만 재정여력이 약한 신흥국으로서는 당연히 소요 자금을 동반한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다. 국가에서 직접 차입하기보다 투자자와 손실 위험을 분담하는 방식에 더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중국은 신흥국의 수요와 약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범국가 전략으로 해외 인프라 시장의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일본의 전략이 국가 전략이라는 점에서는 중국과 유사하지만 구사하는 전술에는 차이가 있다. 한국과 중국 건설이 해외시장에서 급성장하는 데 대한 대응차원에서 국가 자금과 민간기업이 협업하는 민관합동 방식으로 시장을 넓혀가는 전략이다. 일본은 공적개발원조기금(ODA)과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관리주체를 통합했다. 일본국제협력기구(JAICA)는 신흥국이 필요로 하는 투자처를 찾아내는 첨병 역할을 한다. JAICA가 비록 전 세계에 단원을 파견하고는 있지만 사업적 측면보다는 지원 성격이 강하다. JAICA의 투자처는 일본의 종합상사가 개발한 상품 정보에 의지하는 게 많다고 한다. 일본 종합상사가 세계 각국에 관한 정보 수집과 분석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신흥국의 수요를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상품을 개발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종합상사와 JAICA, 그리고 일본정부라는 합작품으로 해외인프라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전략은 국가 대표주자를 내세워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독일이나 프랑스의 경우 국가 대표주자가 5개 이하이면서도 세계 시장 점유 면에서는 한국을 능가한다. 물론 대표주자 산하에는 다수의 기업이 존재한다. 미국 역시 세계 250대 기업군에 진입한 숫자는 중국의 절반인 31개지만 시장 점유비는 중국과 별 차이가 없다. 미국 대표주자는 기술력을 무기로 삼는 반면 유럽계 기업은 기술력보다 생산체계(SCM)를 무기로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해외시장에 선두로 나서는 미국계 기업 대부분이 독점적인 기술력을 내세우고 인정받는 특징이 있다.

 선진기업의 해외시장 전략에 대해서는 기술력 빈곤을 두려워하고, 중국과 일본 기업에 대해서는 자금 동원 능력을 두려워한다.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 가장 소극적인 방법은 아예 경쟁을 기피하는 것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는 정면 대응하거나 상대방의 약점을 보완하는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국내 대부분의 기업들은 기술경쟁은 기피하고 자금 동원 경쟁에서는 정부의 지원만 바라고 있다. 겉으로 적극적인 듯 보이지만 안으로는 외부에 의존하는 소극적 접근이 대부분이다.
 세계 건설시장의 경쟁은 최근 국가 대항전으로 변해가고 있는 추세다. 개별 기업이 홀로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없어 보인다. 한국건설이 일감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국가대항전 카드를 만들어야 한다. 더 이상 시간을 끌 여유도 없다.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다 그래도 하는 게 낫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해 왔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국가대항전 사업 모델 개발이 급선무다. 서로를 탓만 해서는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 동시에 한쪽만을 독려해서도 해결될 것 같지 않다.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우리식의 국가대항전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다른 선택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 해외건설을 국가의 전략상품으로 격상시켜 국가대항전에 나서라는 주문이다. 우리에게 해외건설 시장은 필수적 과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