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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건설경제 15.08.25 세계지도로 눈을 돌려라
출처: http://www.cnews.co.kr/uhtml/read.jsp?idxno=201508241529165410045
[시론] 세계지도로 눈을 돌려라
이복남(서울대 산학협력중점교수)
건설경기실사 지수가 100을 넘었고 상반기 수주액은 작년의 1.5배다. 기댓값과 실제 물량도 당초 기대수준을 넘었지만 산업체와 건설기술자는 여전히 불안해 한다. 시장 활황은 시간 문제일 뿐 또 침체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내수 시장만으로 산업이 생존하고 성장할 수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시장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신규 채용이 늘어났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일부 대기업은 오히려 기존 인력마저 줄이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 일감 확보 때문에 신규 고용보다 감원에 더 비중을 둔다. 기업과 개인 모두가 미래에 대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술자와 기업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장이 있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그러면서 정부나 자본주들에게 투자를 권유한다. 금융기관이 최근에 추정한 투자 대기성 현금은 800조원 이상이라 한다. 정부는 재정 여력이 없고 자본주는 건설 상품이나 시장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하다. 한반도의 반쪽인 남한만의 시장에서 통일한반도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건 당연해 보인다. 덩치가 커진 건설이 통일한반도 시장만으로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을지를 자신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국제 시장전망 기관들이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시장이 전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 미만이다. 통일이 된다고 해도 무대만 한반도로 넓어지지 건설투자 시장 규모는 지금과 비교해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단지 남한 시장이 북한 시장으로 옮겨진다는 차이밖에 예상되지 않는다. 한반도 지도에서 세계 지도로 눈을 돌리라고 주문하는 이유다.
기업은 일감이 있어야 하고 개인은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일감과 일자리는 물량이 기반이다. 눈을 시장 98%가 있는 세계 지도로 돌려야 하는 건 자연스런 결론이다. 세계 지도를 보라는 주장에는 건설 시장에 국경선은 별 의미를 두지 말자는 주문이 깔려 있다. 국내와 해외 시장을 구분해서는 기업과 개인 모두가 생존하기가 어렵다. 더 이상 해외 시장은 선택이 아니라는 뜻이다.
통일한반도는 내수 시장 자체도 큰 변혁을 겪게 될 것이다. 최근 5년간 국내 공공 시장 주도는 수도권에 집중된 경제와 인구를 지역으로 분산시키는 정책에 힘을 받은 결과일 뿐이다. 명분은 지역균형발전이지만 공공기관 이전은 경제적으로는 풍선효과에 불과하다. 생산이 아닌 행정 업무가 중심인 공공기관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지방에 이전한 공공기관 주변에서 발생하는 고용이나 소비 시장의 일시적인 활성화는 착시 효과에 불과할 뿐이다. 파이의 크기는 그대로인데 파이 안에 그어진 줄의 위치만 바뀌었을 뿐이다. 정치적 목적은 달성했을지 모르지만 국가 차원의 경제 성과는 변화가 없다.
무대 위치만 바뀔 것이라는 예측은 지역균형발전이나 수도권정비법 등이 남북 균형발전으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인프라시설이 열악한 북한지역 개발은 분명 국내 건설시장에 호재임은 틀림없다. 아무리 좋은 호재도 재정 여력 부족을 만나면 악재로 전략할 가능성이 크다. 소화 역량이 커진 국내건설의 독무대가 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통일 효과에만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한반도 지도로는 건설에서 글로벌 챔피언 기업 탄생을 기대할 수 없다. 세계적인 지명도를 갖춘 스타 기술자 탄생도 어렵다. 기업과 기술자 모두 세계 지도로 눈을 돌리라고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한국 건설은 선진기업이 갖지 못한 검증된 경험과 기술, 그리고 완성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만의 건설 가치를 상품화시킬 국가와 산업 차원의 전략상품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
건설의 경제 영토를 세계로 넓히는 데는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이 필수다. 선택과 준비에 시간을 쓸 여유가 없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이고 준비보다 기업가적 도전 의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건설은 실무 학습 효과를 통해 얻은 지식이 훨씬 큰 힘을 발휘한다. 도전과 준비를 병행하는 게 좋다.
남한 지도에서 세계 지도로 눈을 돌릴 때 정부 정책과 제도도 남한만의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산업활동을 가능하게 하면서 동시에 규제하는 정책과 제도가 국제 시장과 호환성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내 기술자와 해외 기술자로 나눠진 지금의 상황은 시장이 만들었다기보다 글로벌 호환성이 부족한 정책과 제도 탓이 더 크다.
세계 지도에서의 경쟁엔 물량 배분이나 균형발전이 통하지 않는다. 세계 지도에서 게임의 룰은 경쟁이 지배할 뿐이다. 공정 경쟁이 공평한 배분으로 이해되는 게임의 룰로는 국제 경쟁력을 기대할 수 없다. 기술과 역량을 갖춘 기업이 입찰 평가에서 우대받는 입찰 방식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국내 기술자 평가가 아닌 국제 기술자 평가 체계로 전환되어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수요자와 공급자 관계가 수직이 아닌 건강한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수평적 관계로 전환해야 한다. 긴장 상태는 상대방 모두의 전문지식과 역량 제고를 촉진시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