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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건설경제 15.06.08 새로운 지식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출처: http://www.cnews.co.kr/uhtml/read.jsp?idxno=201506051629328760437
[시론] 새로운 지식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이복남(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산학협력중점교수)
언제부터인지 한국건설이 미래를 보는 시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건설의 미래는 5년 이상 20년을 내다봤다. 지금은 당장 내일의 일감 걱정이 대부분이다. 한국건설에 미래가 사라졌다. 20∼30대 청년은 취업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있다. 30∼40대 후반은 일자리 실종 스트레스다. 50대부터는 노후 대비 스트레스가 심각하다.
가장 성공한 기업가로 꼽히는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대학생과의 대화에서 가장 큰 행복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만족하는 것’이라고 한 말은 너무 먼 얘기처럼 들린다. 현재의 출산율이라면 2300년에는 우리나라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울한 예측이다. 인구절벽을 걱정하면서도 자녀에게 아이 갖기를 강요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어른은 자녀의 미래를 위해 교육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대학에 진학한 자녀들은 스펙 쌓기에 올인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자료는 취업 스트레스가 쌓인 청년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취업 지원자 100명 중 실제 취업으로 이어지는 숫자는 3.1명에 불과하다. 2년 전보다 13%가 줄었다. 건설을 보면 더욱 심각해진다. 건설협회가 발표한 지난해 국내시장 수주실적은 147조원이다. 전년도에 비해 약 1.5배나 높은 통계다. 증가된 시장 액수만큼 취업률은 늘어나지 않는다. ICT융합, 자동화, 기계화 등이 인력을 대체했기 때문이다. 현재 상태가 지속되면 인구절벽에서 고용절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글이 선정한 이 시대 최고의 미래학자인 토머스 프레이는 2020년까지 지구상에서 20억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올해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1330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성장을 가로막은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과잉 규제와 핵심기술 부족을 지목했다. 3년 내에 기술이 경쟁력을 지배하는 세상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기술경쟁의 마당이 산업 내부가 아닌 탈 산업, 즉 산업 간의 마당으로 변하는 것이 일상화될 것이라는 점이 차이다. 프레이 박사가 예측한 것과 일치한다. 없어진 20억개의 일자리는 그 이상의 새로운 일감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새로운 일감은 분명 늘어나겠지만 일감을 소화시킬 일자리와는 불일치할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각과 행동이 필요하다.
건설이 과거와는 다른 미래와 사고를 가질 필요성을 짚어 볼 때다. 20세기보다 힘이 약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세계 과학과 기술,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에서 시사점을 찾아보자. 최근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 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 산업이 찾는 5대 인재상을 보면 건설이 가야 할 방향성을 예견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역량은 비판적 사고력과 문제해결이다. 둘째가 팀워크이고 셋째는 프로페셔널리즘과 직업윤리다. 넷째는 구두 및 문장력으로 무장된 소통이고, 다섯째가 IT 응용력이다. 전통적인 생산기술은 보이지 않는다. 공통점은 기계나 IT로 대체할 수 없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지식이라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건설에 주는 또 다른 공통점은 설계·엔지니어링이나 시공기술을 통한 생산 역량이 아닌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 줄 입력을 생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과 같다.
한국건설의 최대 약점은 소프트웨어 역량 부족이다. 이를 뒤짚어 보면 한국건설의 미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입력 자료를 제공하는 역할이 핵심이다. 로봇을 생산에 투입할 수 있지만 생산에 필요한 일감을 만들어 내는 데는 투입할 수 없는 것과 같다. 한국건설의 취약점을 안다면 해결책은 분명해진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많이 찾아낼수록 새로운 일감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확신이다. 토머스 프레이가 새로운 일감을 소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지식이 필요함을 강조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때는 데이터와 정보를 많이 축적할수록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양이 아닌 활용 방식이 더 큰 경쟁력을 가진다고 보는 사회다. ‘多(large)’에서 ‘廣(big)’으로 변한 것이다. 정보가 지식으로 바뀐 것과 같다. 정보와 데이터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지만 지식은 현재 추세와 미래에 대한 예지력을 보여주는 게 핵심이다.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이 디지털공학 기술력이 세상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말과 같다. 활용의 편의성보다 생산입력이 강조된다. 축적된 정보와 데이터를 해석하는 것은 머리다. 컴퓨터가 게임에서 인간을 이기는 경우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이 정해 놓은 룰에 기반을 둔 조합일 뿐이다.
미래를 예측하지 말라는 말이 대세다.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화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의 미래는 만들어가야 한다. 세계 건설시장은 국내 시장의 65배다. 세계 건설시장을 한국건설의 영토로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예지력을 키우는 새로운 지식생태계 구축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