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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건설경제, 15.06.25 <특별좌담-해외건설 50년> '미래 50년' 길을 묻다

Author
익명
Date
201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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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0

http://www.cnews.co.kr/uhtml/read.jsp?idxno=201506250836129980579

 

<특별좌담-해외건설 50년> '미래 50년' 길을 묻다

 

단순 시공 넘어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가 생존 좌우...제살깎기 경쟁 아닌 '코리아 패키지'로 수주영토 확장을

한국의 해외건설은 벼랑 끝에 서있다. 세찬 도움닫기로 비상(飛上)하느냐, 아니면 이대로 비상(非常)사태를 맞느냐의 기로에 선 시점이다. 1965년 국민 1인당 하루 20센트로 연명하던 시절, 한국 건설은 태국 파타니∼나라티왓 고속로도 공사를 수주하면서 최초로 해외에 첫발을 내디뎠다. 특유의 근면성실함으로 50년 만에 해외건설 누적수주액은 7000억달러를 돌파했고, 한국은 세계 건설 강국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불가(佛家)에서 ‘산다는 게 고통의 연속’이라고 말했듯 지난 50년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선진국의 텃세, 부족한 기술력, 전무한 경험 탓에 해외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과정에서도 타고난 집착과 끈기로 성공 신화를 일궈낸 해외건설은 이제 새로운 고난을 맞닥뜨린 상황이다. 후발주자 중국의 매서운 추격과 변동성 큰 거시경제 변수, 선진국의 공격적 수주, 한국 건설의 고질적 문제 등 해외건설을 둘러싼 환경은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다.

해외건설 50주년을 맞아 <건설경제>가 정부ㆍ산업계ㆍ학계ㆍ연구계 등을 대표하는 전문가 5인을 만나 해외건설이 당면한 과제와 향후 50년 동안 나아갈 길을 물었다. 해외건설이 비상(飛上)하기 위해선 비상(非常)사태가 아닌 비상(非常)한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라는 조언들이다.

 <좌담 참석자>

 사회: 박봉식 건설경제신문 산업1부장
 김경욱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장
 김형일 현대건설 글로벌마케팅 본부장
 이복남 서울대 산학협력중점교수
 한만희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장
 현학봉 씨플러스인터내셔널 대표(FIDIC 인증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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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거, 50년을 바라보다 >

박봉식 산업1부장: 해외진출 50년을 맞이한 한국건설이 해외 누적수주액 7000억달러를 달성했다. 이에 대한 평가는.

김형일 현대건설 글로벌마케팅 본부장: 무엇보다도 이런 놀라운 성과는 도전 정신과 열정으로 끊임없이 노력해 온 해외 건설인들의 노고와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외형적인 성장 못지않게 시장 환경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응하며 기술적인 면에서도 선진 업체들과 경쟁할 만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고 자부한다. 단순 토건공사로 출발해 노무자 송출을 통한 외화 획득에서 벗어나 이제는 관련 기자재 수출을 동반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EPC 계약자로 우뚝 섰다. 해외건설은 언제나 위기와 리스크 속에 있었지만 해외 건설인들은 도전 정신과 불굴의 추진력으로 이를 극복해 왔다. 우리 해외 건설인들의 투철한 사명감과 열정은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원동력이었고, 미래 50년을 준비하기 위한 든든한 밑거름이 되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김경욱 국토부 건설정책국장: 지난 2013년 12월 누적수주액 6000억달러 돌파 이후 1년6개월 만에 7000억달러 고지 달성을 이뤄냈다. 세계 해외건설시장 점유율도 연속 6위다. 해외건설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산업을 넘어서 한국 수출산업 중 1위 상품이다. 하지만 일부 지역과 공종에 편중된 점, 부가가치가 낮은 점들은 여전히 개선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이복남 서울대 산학협력중점교수: 해외진출 50년 만에 누적 수주액 7000억달러를 달성했다는 것은 국내 주요 28개 산업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이는 실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7년간 연평균 수주액이 600억달러 이상인 점은 국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큰 수치다. 명실공히 한국건설은 이제 국내보다 국제시장에서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중이다. 다만 건설을 바라보는 국내시장과 국제시장에서의 시선에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7000억달러 누적 수주액이란 큰 결실이 국내에서 건설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에 가려져 오히려 저평가받는 것 같다.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사회: 해외건설 50년간 빛나는 성과가 있었지만 그림자도 분명히 존재했다. 이 모든 걸 감안하고도 해외건설은 아직도 기회의 영역인가.

김경욱: 기회의 영역이다. 국내 건설시장은 저성장 시대 진입으로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 해외건설이 위기 탈출의 비상구로 대두되고 있다. 국내 수주액은 감소세이나 해외 수주액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또 미국의 건설전문지인 ENR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글로벌 건설업체의 매출은 6.9%였으며 앞으로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향후 글로벌 경기 회복이 본격화될 경우 신흥국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새로운 성장 국면을 맞을 것으로 기대돼 해외건설에서 적극적인 기회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과당경쟁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선별적 입찰, 투자개발형사업으로의 전환 등 다각적인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김형일: 국내 건설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라는 점에서 같은 생각이다. 경제 성장과 더불어 이미 대부분의 인프라를 갖췄고 내수기반이 제한적이라는 배경에서 건설업도 해외로 진출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여느 산업과 다르지 않다. 다만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해외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확보해야 하는 한국 건설업에 위기와 기회를 구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한국의 해외건설은 수많은 위기 상황을 극복했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앞으로도 위기를 기회로 만들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한만희: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장: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해외건설시장을 단순한 수주와 시공경쟁의 장으로 보는 인식을 바꿔야만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과거 경제개발시대에 종합상사가 수출확대를 이끌고 경제성장을 견인했다면, 지난 50년간 각국에 진출해 장기간 상주하면서 융복합적 활동을 전개해 온 해외건설은 훨씬 더 깊고 끈끈한 네트워킹을 바탕으로 각 시장이 필요로 하는 융복합적 건설제품을 제시하고 관철해나갈 수 있다. 또 최근 각국 정부는 물론 세계은행도 종합솔루션으로서 스마트 시티(Smart City) 건설을 적극 장려하고 있는데 우리 건설사들이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복남: 해외건설이 기회의 영역인가 아닌가의 문제는 이미 지나지 않았나? 해외건설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영역이다.

 

< 현재, 반세기 역사의 전환점을 만나다 >


사회: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건설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여러차례 강조했다. 엔지니어링 강화를 통해 단순 시공에서 탈피하자는 움직임이 청와대 주도로 이뤄지는 점이 눈에 띈다.

이복남: 한국 건설은 하드웨어인 시공에 강한 특징이 있다.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는 설계엔지니어링이나 PMC(건설프로젝트관리) 분야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들 분야는 고급기술을 요하면서 부가가치도 높은 특징이 있다. 선진국 기업들이 엔지니어링 분야를 높게 인식하는 이유는 시공은 물론 시공자재 공급 등에 전방위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는 기업의 역할보다 산업 전체에 미치는 생산 및 고용유발효과가 시공부문보다 크기 때문이다.

현학봉 씨플러스인터내셔널 대표: 전적으로 동감하는 부분이다. 그동안 엔지니어링 분야에 대한 정부의 인식 및 지원은 빵점을 줘도 심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정부의 입장이 달라진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어떻게’할 것인가란 과제는 남았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핵심은 엔지니어링이 현재 사업의 10%를 차지하고 조달과 시공의 비중이 90%라고 한다면, 엔지니어링 10%가 나머지 90%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또 엔지니어링 10%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전체 산업의 손익도 결정난다. 엔지니어링 관련 인력을 길러내 전문성을 찬찬히 다져나가야 할 시점이다.

사회: 하지만 업계에서는 선진국형 엔지니어링의 노하우 확보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김형일: 기업 입장에서 안 하고 싶어서 해당 영역에 진출을 안 하는 게 아니지 않겠나. 시공사 입장에서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 영역의 노하우를 확보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근현대 시장의 핵심인 석유 산업에서 원천기술과 PMC 역량은 산업의 핵심에 위치해 해당 산업이 태동했을 때부터 해외 선진기업들이 독점해온 기술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선진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인수합병을 통해 기술 습득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겠지만 공기업 위주로 개발된 국내 산업구조도 한국 건설사들이 핵심 역량에 접근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한만희: 이 때문에 교육과 훈련,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는 얘기가 다시 나온다. 외국 발주처를 설득할 수 있는 기술, 언어, 관리 능력을 갖춰야 하며, 글로벌 기준과 규범에 맞게 국내 현장을 고쳐나감으로써 국내에서부터 실전 능력을 쌓는 게 중요하다. 이것이 현실화되려면 관련 제도 개선이 필수적인데 정부의 개선 의지는 물론이고 업계도 동참해야 한다. 현재 우리 시공사들이 적극적으로 상부상조하면서 엔지니어링사와 동반진출해야 한다.

   
김경욱: 그간 정부의 지원이 미흡했다는 지적은 인정하는 바다. 프로젝트 발굴ㆍ기획, 타당성 분석, 사업 관리 등 시공 이전단계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매우 부족했다. 그럼에도 엔지니어링 해외수주는 지난해 21억3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1배 증가하면서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이를 눈여겨본 정부도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다. 설계, 시공, 운영ㆍ보수로 이어지는 패키지형 핵심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해 연구에 집중 투자하고 정보시스템과 특성화대학원 운영을 진행 중이다.

사회: 해외건설에 투입할 우수 인력이 없다는 업계의 아우성은 여전하다. 앞으로 50년을 책임질 우수 인력이 없다는 것은 산업 전체의 위기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한만희: 전적으로 동감한다. 엔지니어들의 전문성 역시 체계적으로 육성하지 못하고, 수십년간 경험을 가진 인사들에 대한 사후관리도 미흡하다. 때문에 늘 중간 정도의 기술 인력으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형편이다. 기존 전문가들을 현장에 배치해 실질적인 업무를 돕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지만, 이들이 가진 경험과 노하우를 교육에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해 나가야 한다. 이는 대학 교육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경직적인 교육제도로 인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인재가 전무하다. 현장 전문가를 대학 교육에 투입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고급인력을 키워 산업계로 내보낼 수 있어야 한다. 

현학봉: 그간 해외건설 관련 교육은 수차례 있었지만 양(量)에 치우친 나머지 질(質)은 신경쓰지 않았다. 모두가 전문가 교육이라고 외치고 있지만 과연 그러한 교육시간과 내용으로 전문가가 육성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없었다. 또 정부가 건설관련 연구개발(R&D)에 매년 막대한 돈을 쓰고 있지만 정작 그 결과물이 실무에 적용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건설산업의 특성상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경험 많은 엔지니어들을 나이라는 잣대로 평가하는 게 과연 맞을까 의문이 든다. 외국 선진기업들의 경우 70대, 심지어 80대의 현장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을 쓰고 있다. 우리는 기껏해야 10∼20년 정도의 경험을 가진 사람들로 채우고 있으니 애초부터 대응이 안 되는 시스템이다. 나이가 잣대가 아닌 경험을 가진 고급인력을 현장에서 활용해야 한다.

사회: 업계 의견은 어떤가.

김형일: (웃음) 우리 입장에서 오히려 시급한 쪽은 ‘금융지원’문제다. 그간 정책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프로젝트 금융에 있어 괄목할 만한 성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과 일본에 비하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책 금융기관의 자본금 확충, 저 신용국가에 대한 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며 이러한 것들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해외 프로젝트 금융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미래, 앞으로 50년을 준비하다 >

 # 첫 번째 화두, 수익성

사회: 결국 문제의 본질은 해외건설의 ‘수익성’이다.

이복남: 수익성 제고의 첫걸음은 낭비 요인 제거부터 시작하는 것이 정석이다. 건설부문 전문컨설팅사인 미국 FMI가 지난 2010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업기획 및 관리 미비로 인해 발생하는 낭비적 손실이 건설공사 전체 손실액의 50%가 넘을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재설계나 재시공만 없애도 손실액의 5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시공사들이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김형일: 개별 기업 차원의 이야기를 해보자면, 역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자국업체끼리의 출혈 경쟁은 지양해야 한다. 현재 각 업체들이 구매선 다양화, 관리역량 제고, 리스크관리 강화, 현지화 등 경쟁력 제고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경쟁입찰을 통해 수주한 공사의 수행단계에서 경쟁력 제고 방안은 건설산업의 불확실성에서 그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금융주선을 동반한 개발 공사, 투자 개발사업 확대 등 경쟁이 낮은 영역으로 사업구도를 다각화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또 중국처럼 완전 국가 주도의 금융지원 시스템은 불가능하고, 일본과 같이 정부의 대외정책과 민간의 해외 전략이 밀접하게 상호 전달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사회: 우리 업체끼리의 저가 수주 경쟁은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

한만희: 해외건설에서 제값을 받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과당경쟁을 자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물론 건설사들의 무조건적인 참여를 배제하기보다는 국내 기업 간의 각자 경쟁력 있는 분야를 엮어 컨소시엄을 구성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최근 업계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있는데 이를 더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앞서 거론된 것처럼 기업은 독창성 있는 제품으로 승부해야 한다. 아울러 ‘금융지원 확대’에 관한 지적에도 적극 공감한다.

현학봉: 문제는 기업이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특화된 상품이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란 거다. 앞에서 얘기했듯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별 전문성 확보가 답이다. 만약 어떤 기업이 안전에 대해서는 무식하리만큼 철저하게 관리해 안전에 관한 한 세계 최고라는 명성을 얻게 된다면 발주자의 입장에서 돈이 조금 더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쓰려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바로 국제 경쟁력 아닐까.

김경욱: 결국 해외건설은 국가대항전 성격을 가지고 있어 기업의 기술력과 국가의 외교ㆍ금융지원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우선 업계와 학계 모두 꼬집었듯 금융지원 확대를 추진 중이다. 최근 재정여건이 열악한 신흥국뿐 아니라 중동 산유국들도 민자사업을 늘려가고 있어 금융조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때문에 사업 유형별로 맞춤형 금융지원을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리스크 분석과 사업관리 역량 부족, 과당 경쟁으로 인한 저가 수주 등으로 해외건설의 수익성이 감소하고 있다. 수익성 제고 방안으로 맞춤형 통합리스크관리시스템(FIRMS)을 개발해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있고, 해외공사 수주 협의회를 통해 과당 경쟁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투자개발사업 활성화를 위해 금융지원 방안도 강구 중이다. 하지만 기업 차원에서도 낮은 수익성의 원인을 찾고 제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 두 번째 화두, 시장 다변화

사회: 새로운 이슈로 넘어가 보자. 해외건설의 시장 다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기업을 선도할 만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지 않나.

김경욱: 현재 지역별 해외건설시장 규모를 보면 아시아 27%, 유럽 21%, 중동 15%다. 세계 건설시장의 현황과 향후 성장추세 등을 감안해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지역 등으로 진출 시장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얘기일 거다. 정부로서는 건설외교 강화가 답이라고 생각한다. 중남미, 중앙아시아 등 신시장 개척을 위한 고위급 수주지원단 파견, 개도국 고위공무원 초청 연수 등 건설 세일즈 외교를 강화하는 방안이다. 아울러 시장개척 자금 지원 확대가 필수적이다. 해외 시장을 개척할 때 신시장 발굴이 중요하다. 신시장 진출을 위해 개도국 개발마스터 플랜 수립을 지원한 뒤, 후속 사업에 금융을 연계ㆍ제공하는 패키지형 인프라 수주를 추진하고 시장개척 자금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특히 우리 기업이 강한 수자원ㆍ도시개발 분야를 중점 지원해야 하고, 관련 기술을 강화하도록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한만희: 물론 정부가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개인적인 시각으로 다소 미흡한 것 같다. 여러가지 프로그램이 있지만 용역 발주나 과정 제공에 그치는 경향이 있고, 발전경험 공유 프로그램(KSP)은 수요국가들이 궁금해 하는 구체적인 개발과정에 대한 설명이 없어 효과에 한계가 있다.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의 위상과 관련 업체들의 경쟁력 향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이들 프로그램을 한 단계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그에 대한 방안으로 글로벌 인프라센터 설립을 제안하고 싶다. 개도국 공무원들이 알고 싶어하는 내용을 영문화해 제공하는 센터인 셈이다. 예를 들어 분당ㆍ일산 신도시를 발표하기까지의 정책결정 과정과 국민들의 반응 등을 자세히 설명한 자료를 영문으로 만들어야 우리의 신도시를 수출할 수 있지 않을까.

사회: 정부의 역할이 있다면 기업의 역할도 있을 거다.

김형일: 위에서 말한 정부의 네트워킹에 한가지 더하자면, 기업 내의 네트워킹도 필수적이다. 기업 내에도 각국의 다양성을 내포한 인재를 등용하면 경제 영토 확장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 확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역별 특성에 따라 언어와 문화에 정통한 인재를 확보하고, 해당 국가 고유의 건설 환경과 관습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방식을 강요해서는 성공할 수 없으며 상대의 문화와 방식을 알아야만 성공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해당 부문을 완전히 현지화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세계화와 현지화가 함께 요구되고 있는 상황에 적절한 대안이 될 수도 있다. 낯선 국가의 정책과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현지에서 경쟁력 있는 사업을 수행하기까지 많은 어려움과 시행착오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철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의 건설기술 역량을 적극 홍보해 고객이 스스로 한국건설을 찾게 만드는 외교적이고 기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복남: 이 모든 것을 통틀어 본다면 개별기업이나 개인 혹은 정부 독자적으로 경제영토를 넓히는 것이 아니라 코리아 패키지 프로그램(Korea Package Program)이라는 슬로건 아래 국가와 산업의 공동노력이 필요하다. 공동 진출하는 전략에서 개발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국가 전략 어젠다로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 설득이 필요하다. 해외건설 시장의 국민경제 가치를 백서 형태로 만들고 지속적으로 국민보고대회 형식을 빌려 연례행사로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광범위하게 알려야 한다고 본다. 정책과 정치를 움직이는 힘은 국민과의 소통에 있기 때문이다.

 # 세 번째 화두, 위협적인 중국

사회: 앞으로 해외건설의 50년을 이야기하면서 중국이 빠질 수 없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과 함께 중국이 급성장하면서 우리 건설업계에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의 대처 자세는 무엇일까.

이복남: 중국 건설시장은 현재는 물론 당분간 세계 최대 건설시장이 될 것이다. 시장 크기에 비해 한국은 물론 선진기업도 무덤으로 불릴 만큼 폐쇄적이고 배타적이다. 그럼에도 중국시장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시장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AIIB 출범 등 한국건설이 중국진출 전략의 전환기로 생각하고 다양한 전략과 방법을 구상해야 한다. 한국과 중국의 장점과 단점을 보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시범사업을 국내와 중국시장에 교차 투입해 협력모델을 만들어 제3국 시장에 공동 진출하는 모델 개발도 한 방법이다. 특히 다자간개발은행(MDB) 투자개발형사업에 한ㆍ중 기업이 공동 진출하는 모델을 만들면 시장 비중 확대가 극대화된다고 본다. 시범사업은 한 가지라도 만들어 모범사례를 완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시장은 독식보다 협력과 협업이 대세일 것이라 판단하기 때문이다.

김형일: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은 정부에서 풀어낼 수 있다. 외교 채널을 통해 수원국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해 니즈를 확인하고 우호적인 외교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 그 위에 민ㆍ관이 공동으로 수원국 대상이 필요로 하는 사업을 기획하고 제안하는 방식이 바람직할 것이다. 수원국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조기에 구성하는 것 또한 좋은 방안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지만 AIIB의 경우도 기존 MDB들과 유사한 운영방식을 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AIIB 내에서 중국이 주도적인 위치를 점하게 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중국 기업들과 전략적 협업을 추진해야 한다.

현학봉: 여기에 우리 기업만의 차별화된 상품과 기술이 필수적이다. 특히 사업관리 분야에 대한 진출에 신경을 써야 한다. 좀더 부연하자면, 중국의 경우 해외사업의 리스크 관리 역량을 높이기 위한 교육에 엄청난 노력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우리가 잠시 머뭇거린다면 조만간 사업관리 분야와 같은 지적산업 분야에서도 추월당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중국의 노력과 비교해 우리는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회: 정부 쪽 생각은 어떤가.

김경욱: AIIB가 기존 MDB와 비슷하다고 본다면 협력 강화는 매우 중요하다. 신흥국 인프라사업이 재원ㆍ경험 부족으로 MDB 참여가 필수적이란 것을 감안할 때 더욱 필요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MDB의 참여는 금융측면뿐 아니라 정치적 위험을 완회시켜주는 장점이 있다. 다행이 MDB는 단기간의 경제성장을 이끈 한국의 도시, 교통, 수자원 등 인프라개발 경험을 높게 평가하고 있으며 한국의 개발경험을 신흥국 경제성장의 모델로 활용하고자 하고 있다.

한만희: 첨언을 하자면 업체 차원에서도 해당 국가 정부와 미리 접촉해 그 나라에 필요한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해당 국가가 MDB와 접촉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 차원에서는 MDB 발주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들의 참여가 대상 국가 발전에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도록 MDB 내부 인사들과의 지속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 네 번째 화두, 해외건설 기여도의 저평가

사회: 맨 처음에 지적한 내용이기도 하지만, 해외건설을 바라보는 시각이 1970∼1990년대와는 확연히 다르다. 건설산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해외건설의 가치를 어떻게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김형일: 해외건설은 과거 민간 외교관이었다. 현재도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함에는 다르지 않다. 우리 국민들에게는 한국 산업 중 해외 진출이 가장 오래된 분야 중 하나인 관계로 1970∼80년대의 이미지로 고착된 것으로 보인다. 해외건설이 가진 지식산업으로의 확장성과 통합성이 국민들에게 전달되고 조명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공공 프로그램이 활성화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결국 국민들에게 건설의 역량을 직접 보여주는 것 아니겠나. 많은 국민들은 한국 건설이 지난 50년간 이룩한 세계적인 랜드마크 건축물들을 보면서 민족적인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서 세계 각지에서 한국 건설의 성과물을 만날 수 있게 된다면 해외건설의 가치는 자연스럽게 국민의 피부에 와닿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학봉: 건설기업들이 해외사업을 통해 많은 수익성을 내고 많은 기업들이 발전 동력을 해외사업으로 삼는다면 그 자체가 가장 좋은 홍보가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해외건설을 통해 지금의 청년과 고령자들에 대한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보다 낳은 가치와 홍보가 없을 거다.

사회: 정부 차원에서 준비하는 사업이 있다고 들었다.

김경욱: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해 온 해외건설의 50년 역사를 집대성해 우리의 해외건설을 대내외에 홍보하는 사이버박물관을 기획하고 있다. 시대별, 지역별, 공종별 프로젝트의 사진 외에 주요 인물, 역경 스토리 등을 통해 해외건설의 가치를 공유할 생각이다. 덧붙이면 기업 차원의 노력도 중요하지 않겠나. 해외건설의 편익이 주요 대형 건설사에만 국한되지 않고, 유발효과를 통해 국내 건설 및 관련분야 중소기업으로 파급되고 있지만 국민들의 체감도가 대단히 낮다.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한만희: 전체 해외건설 수주실적은 국민들의 피부에 직접 와닿지 않을 거다. 그보다는 개별 프로젝트를 수주해 성공적으로 완성하기까지의 과정과 그 프로젝트가 우리 경제와 해외건설사에서 지닌 의미 등을 전달해줄 때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런데 우리 해외건설협회나 개별 기업들의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이러한 역사를 꽁꽁 싸매고 있어 알고 싶어도 알 방법이 없다. 이제는 협회와 기업들의 홈페이지에 자랑스런 역사나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주베일 항만이나 대수로 공사 등 대역사의 생생한 현장사진을 모두가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면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정리> 산업1부 김현지기자 h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