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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한전문건설신문 15.05.04 잇단 붕괴사고… 시공 ‘기능’보다 ‘기술’ 복원이

Author
익명
Date
2015-06-19
Views
1166

출처: http://www.koscaj.com/news/articleView.html?idxno=80497

잇단 붕괴사고… 시공 ‘기능’보다 ‘기술’ 복원이 답이다

newsdaybox_top.gif 2015년 05월 04일 (월) newsdaybox_dn.gif

“시공 계획·설계는 프로세스와 시공법을 결정한다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지와 안전한지를 공학적으로 검증하는 기술이 시공엔지니어링인데 사고현장서 시공 계획·설계·엔지니어링이 사라졌다”

국내외 건설현장에서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공사용 가시설물 붕괴 사고를 보면서 국내 건설기업의 시공기술력을 되돌아보게 된다. 붕괴 사고에 대한 원인보다 경찰과 검찰이 먼저 책임소재부터 따진다. 발주자는 원도급자에게, 원도급자는 하도급자에게 시선을 돌린다. 사고 원인을 찾기보다 책임질 기관을 찾는다.

 

흔히 시공기술력은 선진기업 대비 90% 수준이라 믿고 있다. 필자도 그렇게 믿고 싶다. 그러나 가시설물 사고, 그것도 동일한 날에 국내와 해외에서 인명 손실을 야기한 사고는 국내 시공기술력을 의심하게 만든다. 시공 기술이 사라진 느낌이다. 언제부터인가 시공이 기술보다 기능이 지배하기 시작한 것 같다는 착각이다.

 

천재지변이 아닌 가시설 붕괴사고는 일어날 수 있는 사고지만 사고 유형은 분명 후진국형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8189불이지만 국민의 눈높이는 이미 소득수준 4만불 이상이다. 사고는 개인과 개별 기업을 떠나 건설산업 전체 이미지를 훼손시킨다. 해외시장에서는 국내기업의 이미지에 타격을 준다. 쌓아 놓은 신인도를 단 한 번의 사고로 잃어버릴 위험성도 높다.

 

국내외 현장에서 최근에 발생한 사고 현장에 사용된 가시설물 붕괴는 이미 익숙한 공법으로 알려져 있다. 공법이 검증된 부재와 기술이라는 의미다. 주변에서 흘려듣는 사고 원인은 국내 건설이 시공 계획과 시공 설계, 설계를 검증하는 시공엔지니어링 등 시공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시공 계획 및 설계는 시공 프로세스와 시공법을 결정하는 전문기술이다. 설계된 시공법이 기능(integrity)이 제대로 작동할지와 안전(safety)한지를 공학적으로 검증하는 기술이 시공엔지니어링이다. 사고 현장에서 시공 계획과 설계, 엔지니어링 모두가 사라진 것이다. 검증되고 익숙한 공법이기 때문에 하도급자에게 계약으로 위탁한 것으로 모든 게 해결된 것처럼 인식한 것 같다.

 

건설의 속성을 대표하는 용어로 비반복·비복제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동일한 공법이라도 장소와 지반, 그리고 대상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한 가지 기법을 복제해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는 뜻이다. 현장 사정에 따라 계획과 엔지니어링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만약 계획과 설계를 생략했다고 하더라도 기능과 안전성은 제대로 검증했어야 했다. 이 과정마저 생략되었다는 증거는 채택된 공법이 역할과 안전성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보다 공사중 하중이 과도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말로, 이 말이 나와서는 안 된다. 필자가 시공 소프트웨어 기술력 실종을 얘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건설기술진흥법 개정(제48조5항 및 제62조7항) 논란이 잇단 가시설물 붕괴사고로 더 크게 부각될 조짐이다. 공사용 가시설 설계와 검증을 설계단계에서 하라는 것이 건진법 제48조5항이고, 시공 시 구조안전성 검토를 강제하는 조항이 제62조7항이다. 가시설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책임을 제3자에게 분산시켜 놓았다.

 

강화시켜야 할 원도급자의 시공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더 무력하게 만드는 결과가 된 것이다. 계약은 발주자와 원도급자, 원도급자와 하도급자간에 체결되는 법인과 법인관계다. 구조안전성 검토를 법인의 책임이 아닌 개인의 책임으로, 그리고 원도급자의 시공엔지니어링 기술력을 무력화시키는 법 개정은 한국건설의 시공기술력을 후퇴시키게 만드는 부작용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는 설계와 시공을 배타적인 칸막이 영역으로 보고 있다. 설계와 시공간 호환성이 무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기술 영역이라는 기술자 자격도 시공기술사를 따로 두고 있다. 구조안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영구구조물과 공사용 가시설물 구조다. 영구구조물의 기능과 안전은 물론 설계엔지니어링 영역이다. 가시설물은 현장 여건과 시공사의 공법 설계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에 시공 영역이다.

 

이를 설계 영역으로 보려는 것은 국가계약법이 채택하고 있는 원가산정방식과 무관하지 않다. 원가를 산정하기 위해 설계사가 시공사 고유 영역인 시공법까지 설계해야 하는 이유 때문이다. 현장 조건이 무시되는 구조에서 해답이 나올 리 없는 상황이다.

 

후진적인 가시설 붕괴사고 예방은 물론 국내기업의 글로벌 생산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실종된 시공 소프트웨어 기술력 복원이 시급하다. 시공사의 시공 기술력을 저하시키는 제도에서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유턴해야 한다.

 

기술은 공학이다. 기능은 기교다. 공학은 머리고 기교는 몸에 비유할 수 있다. 기교는 자동화로 대체가 가능하지만 머리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대학 취업률이 80%인 나라는 머리를 사용하는 기술자의 활용도를 높이는 게 정답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렇다.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산학협력중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