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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건설경제 15.05.07 출구관리로는 해결 불가능한 입찰담합

Author
익명
Date
2015-06-19
Views
1091

출처: http://www.cnews.co.kr/uhtml/read.jsp?idxno=201506051629328760437

 

[시론] 출구관리로는 해결 불가능한 입찰담합
이복남(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산학협력중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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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건설공사 입찰 담합 이슈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공정거래위원회나 검찰은 법대로 집행만을 고집한다. 국토교통부와 발주기관이 담합 예방을 위한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호응도는 기대치 이하다. 공사 조달제도를 책임지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경쟁보다 물량 배분을 아직도 선호한다. 입찰 시 시공여유율을 따지겠다는 방침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경쟁에서 담합은 분명 범죄행위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 그러나 범죄 행위를 조장한 사람은 범죄와 무관한 것처럼 되어 있다. 범죄 행위는 출구에 해당하고 조장은 입구에 해당한다. 출구를 관리하는 기관은 공정위와 검찰이다. 국내 공공 공사에서 입찰 담합 분위기를 조성한 입구 관리자가 보이지 않는다. 입구는 방치한 채 출구 관리만으로 공공공사 입찰 담합이 근절될 수 있을는지 극히 의문스럽다.

지난해에 공정위가 부과한 담합 과징금은 9000억원대다. 올해 추세로는 2조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0억원 공사에서 세전 수익이 1억원에도 못 미친다고 시장은 아우성이다. 입찰 담합을 우려한 공공기관이 공사해 줄 업체를 구하기 어려워 입찰을 미루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국내 공공공사에서 담합을 피하는 길은 입찰에 참가하지 않는 게 유일하다는 소리도 들린다. 실제 국내 대기업들이 공공공사 입찰 참여를 기피하는 현상도 목격된다. 발주자가 추정한 예정가격의 85%를 넘으면 담합 징후로 예단하기도 한다.

국내 공공공사 거래 제도는 분명 정상적이지 않다. 정부는 과거의 비정상을 정상화로 돌려놓겠다고 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보면 정책 방향에 맞는 법과 제도는 여전히 출구 관리에만 집중되고 있다. 입찰 담합이 적폐이기 때문에 청산되어야 한다고만 주장한다. 원인보다 결과만을 중시하고 있다. 입구는 열어 놓은 채 출구에서만 잡겠다는 것은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공인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때 황금알을 낳던 해외건설 공사가 최근 잇달아 큰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4~5년 전 국내 업체 간 무리한 경쟁으로 인한 저가 수주의 결과라는 진단이 대세다. 1970~1980년대 존재했던 해외 개발공사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불가능한 얘기지만 심적으로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 국익을 앞세워야 한다는 목소리 때문이다. 해외 개발공사는 시장을 넓히기 위한 역할이 핵심이었다. 현재의 필요성은 경쟁에 의한 저가 입찰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 때문이다. 경쟁 업체 간 협의하라는 무언의 압력이다. 과당 경쟁과 저가 입찰로 인한 손실을 저감시키기 위해 현실성 없는 기대감이지만 국내와는 분명 다른 분위기다.

담합은 이윤이나 일감 확보가 기본 목적일 것이다. 국내 공공공사의 담합은 손실을 저감시킬 목적이지만 배당분을 소화시켜야 하는 부담 때문이라는 하소연이 공감대를 얻는 이유는 분명 정상적이지 않다. 잘못은 했지만 시설과 유형에 따라 처벌해 달라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출구에 선 행정 당국은 ‘법대로’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입구 관리를 제대로 하겠다는 목소리는 없다. 불합리함을 주장하는 업체는 담합 처벌을 법에 호소한다. 조달청은 5년 새 소송 건수가 2배로 증가하여 2016년까지 기관 내 변호사 수를 2배까지 늘리겠다고 한다. 정작 나서야 할 기재부와 발주기관의 역할은 보이지 않는다. 해외 발주기관이 국내 공공공사 입찰 담합을 실사하겠다고 방문단까지 꾸리는 상황은 이제 방치할 수 없는 수준까지 와 있는 것 같다. 입구를 열어둔 채 출구를 닫겠다면 결과는 폭발하게 될 뿐이다.

범죄는 예방이 최선이다. 선진국이 담합 적발보다 예방에 무게 중심을 두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담합에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영국이 최저가낙찰제를 폐지한 것도 동일한 이유다. 입찰 담합을 예방한다는 의미는 공공공사 거래 제도의 정상화와 발주기관의 역할과 책임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뜻이다. 공공공사 거래 제도의 기본은 여전히 물량 배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발주기관의 재량권을 강조하면서 여전히 기재부와 조달청은 공공기관이 내놓은 입ㆍ낙찰 제도를 심의하고 개정을 주문한다. 무늬는 분명 발주기관 재량이지만 속내는 여전히 획일성이 강조된다.
공정위와 검찰, 조달청이 중심이 된 출구 관리에서 공공공사의 거래 제도 혁신을 통한 변별력 강화, 그리고 발주기관의 역할과 역량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는 입구 관리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가 공공공사 입찰 담합이라는 적폐를 해소할 의지가 있다면 당연히 해야 할 방향 전환이다. 입구 관리 제도가 정상화될 때까지만이라도, 수습하기 힘든 상황까지 온 공공공사 입찰 담합 문제는 보류하는 게 바람직하다. 출구 관리로는 전혀 해결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매력적인 구호임에 틀림없다. 매력은 장소와 시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매력을 한껏 발휘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장소, 그리고 분위기 선택이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