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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조선일보 2015.02.27. 장밋빛 비전만 넘쳐난 '統一 대박' 1년

Author
익명
Date
2015-03-02
Views
1071

출처: http://srchdb1.chosun.com/pdf/i_service/pdf_ReadBody.jsp?Y=2015&M=02&D=27&ID=2015022700035

 

“장밋빛 비전만 넘쳐난 '統一 대박' 1년“

 
"정부는 올해 한반도 국토 개발의 미래상과 중·장기 사업 계획을 세우고 북한의 권역별·부문별 발전 전략을 마련하겠습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2년이 지난 25일,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에서 열린 '통일 한반도 국토인프라 국가전략 포럼'에서 국토교통부 관계자가 정부의 북한 인프라 개발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국토부뿐 아니라 통일부와 통일준비위 등 전 부처가 달려들어 통일 한반도 국토 개발 마스터 플랜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의 각종 구상과 사업 계획, 통일 후 미래상을 소개했다.

 

그러나 참석자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북한 인프라에 정통한 한 서울대 교수는 "그동안 정부가 만든 마스터 플랜은 이미 수십 개 있다. 없으면 내가 드리겠다"고 했다. "멋있는 말과 예쁜 그림으로 통일 준비가 끝나는 건 아니다. 북한에서 시범 프로젝트 하나라도 실제로 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다른 북한 전문가는 "정부가 통일로 가는 길에서 뭘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북한과 대화 한번 못 하면서 준비만 과잉이고 실제는 공허하다"고 했다. "당장 할 수 있는 협력사업부터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나왔다. 정부가 지난 1년간 장밋빛 비전을 내놓았지만 성과는 없다는 것이었다.

 

청중석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한 건설 전문가는 "우리 역량을 벗어나는 일까지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려니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건설협회 간부도 "일방적인 우리 시각이 아니라 북한이 필요로 하는 사업부터 검토해 보자"고 했다. 이날 포럼에서 나온 지적이 정부의 통일 정책에 대한 공정한 평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시중의 우려가 반영돼 있는 건 분명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초 '통일 대박'을 얘기했고, 독일에서 포괄적 대북 지원책과 통일 구상을 담은 '드레스덴 선언'을 발표했다. 이어 통일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켜 각계 전문가들과 통일 전략 짜기에 나섰다. 이명박 정부 이후 교착된 남북관계가 풀리고 통일에 한발 다가가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란 기대감은 컸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고위급 회담은 중단됐고 남북관계는 여전히 꼬여있다. 북핵은 갈수록 고도화되는데 6자회담은 재개될 기미가 안 보인다. 통일 대박을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한 전략이나 액션 플랜도 제시된 게 없다. 5·24 대북 제재 조치 해제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의 방침은 뚜렷하지 않다. 그 가운데 통일 정책의 사령탑인 통일부 장관이 최근 교체됐다. 미국에서는 "핵무기를 가진 북한과 통일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통일준비위의 한 위원은 "비전과 프로그램은 만들고 있지만 어떻게 성과를 낼지는 오리무중이다. 책임지고 뛰는 전략가가 안 보인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마스터 플랜이 부처마다 쌓여 있지만 뭐가 맞는지 우리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또다시 통일 정책의 '잃어버린 5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통일 정책에서 철저한 준비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말만 있고 행동이 뒤따르지 않으면 기대는 실망으로 바뀔 수 있다. 벌써 국정 3년 차다. 여섯 달 뒤면 분단 70년을 맞는다. 말뿐인 통일 대박이 아니라는 점을 작은 것부터라도 보여줄 때가 됐다.  / 배성규 기자(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