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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건설경제 14.07.15 시론-원가와 가치 차이 제대로 이해하기
Author
익명
Date
2014-08-11
Views
1116
출처: http://www.cnews.co.kr/uhtml/read.jsp?idxno=20140714155316129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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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남(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 최저가낙찰제의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정부는 종합심사낙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제도 자체에 대한 이해나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전면 적용보다 22개 사업에 시범 적용을 통해 정착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벌써 또 다른 종류의 가격평가제일 뿐이라는 주장이 들린다. 나름대로 논리도 있어 보인다. 원가는 생산자(건설공사의 경우 입찰자)가 중시하는 생산원가다. 반면 가치는 구매자(건설공사의 경우 발주자) 시각이 강하다. 원가는 입찰자 고유 기술과 방법으로 결정하는 반면 가치는 구매자의 지불 의사에 따라 가변성이 높다. 당연히 구매자에 따라 지불 가치가 달라진다. 사전에서 심사는 “조사하여 등급을 매기거나 혹은 당락을 결정한다”로, 평가는 “사물의 가치나 수준을 평한다”로 되어 있다. 심사는 객관적 혹은 제3자 시각으로 절대평가를 중시한다. 반면 평가는 주관적이며 상대평가를 중시한다. 심사는 영어로 ‘스크린(screen)’으로 해석되고 평가는 ‘어세스(assess)’로 해석하는 경향이 높다. 영어에서도 심사는 절대평가와 객관성을 중시하는 반면 평가는 상대평가와 주관적인 판단에 무게를 둔다. 최저가낙찰제에서 종합심사낙찰제로의 전환은 단순히 원가(cost) 대신 가치(value)라는 용어 차이를 넘어선다. 국내 건설공사 조달 방식에서 중앙조달이 아닌 발주자 개별조달로 넘어가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중앙조달에서 분산조달로의 혁신을 의미한다. 원가와 가치의 차이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정부는 정부세종청사의 가치를 국유재산 건물 중 가장 비싼 5025억원으로 발표했다. 2011년 이탈리아 상공회의소는 파리에 있는 에펠탑의 가치를 617조원으로 평가했다. 1889년 완공 당시 투입된 비용이 원화로 약 12억원에 불과했다. 객관적으로 평가하면 정부가 지불한 금액(원가 +α)이 맞다. 가치 평가는 다르다. 지불한 금액과 상관없이 거래할 수 있는 금액을 기준으로 한다. 거래는 상품의 가치에 따라 당연히 달라진다. 상품의 가치는 구매 당사자만이 결정할 수 있다. 조사 금액과는 기본적으로 다른 의미다. 2012년 기준 건설업은 매출액 대비 세전이익률이 -0.4%다. 자기자본 대비 이익률도 -11.9%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공공공사 원가에 50% 이상 거품이 끼어 있다고 주장한다. 국민 혈세를 건설업체가 폭리 재물로 삼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종합심사낙찰제를 도입하면서 시민단체의 눈치를 살피는 것처럼 보인다. 다른 한 눈으로는 건설업체의 수용 정도를 가늠해보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나 정치권은 논리적 근거보다 주장을 정당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만 본다. 숲보다 나무만을 골라 보는 셈이다. 분명 은행이자는 고사하고 자기자본마저 손해를 보는 게 현실이다. 전체 건설업체의 이익률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업체의 손실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영국이나 미국 등 선진국의 건설공사 발주 방식 흐름이 턴키(DB)와 통합발주(IPD)방식으로 변화되고 있다. 국제표준화기구(ISO)가 건설공사 조달 제도에 대해 표준지침서(ISO 10845)를 발표했다. ISO 10845에 따르면 가격평가는 효율성 대비 최고의 가치(best value)를 따지라는 지침을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 영국이 공사 발주 방식을 혁신하기 위해 발주자가 지불하는 최저 비용(lowest price)을 버린 것도 이유가 있다. 최저 비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실패 비용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현실화된 문제점을 고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발생 자체를 예방하기 위해 도입했다는 것은 사후 처리가 아닌 사전 예방을 중시했다는 뜻이다. 일종의 보험 성격이다. 보험은 100% 일어날 가능성보다 발생 시 손해가 더 크기 때문에 예방 차원에서 가입한다. 최저 가격으로 일어날 손실이 예방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종합심사낙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면 그 속성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기반 조성도 필요하다. 발주자의 역할과 책임을 부활시켜야 한다. 낙찰률의 등락이 제도의 본질이 아니다. 발주제도는 발주자와 입찰자의 거래가 기본이다. 책임이 거래 당사자 간에 남도록 해야 한다. 거래 중매자는 최종 책임자가 될 수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논의되고 있는 종합심사낙찰제에서 중개인이 전면에 나서 있다. 분명 정상적이지 않다. 300억원 이상 최저가낙찰제에서 가격으로 결정되는 범위가 소수점 이하 넷째 자리다. 객관적인 변별력은 있지만 주관적인 책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기성품을 판매하는 백화점조차 세일 가격은 보통 판매 가격의 70~80%가 기본이다. 소수점 이하 3~4자리로 객관성을 갖췄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정부는 시민단체나 산업계의 눈치보다 공공성을 앞세우는 게 바람직하다. 현재는 적용기반이 약하더라도 종합심사낙찰제 적용의 목적과 향후 방향성은 명확해야 하고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일관성도 가져야 한다. 편중된 시각으로 일방적 주장은 언제든지 있을 수 있다. 한국 사회가 소득 수준 2만6000달러를 넘어설 만큼 높아졌음을 인식해야 한다. |